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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의 유령 도시 카라코룸: 잊혀진 제국의 수도

by 룸나인 2024.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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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덴조 사원과 카라코룸 시가지 모습

 

1. 초원 위의 세계 도시

 

카라코룸은 13세기 몽골 제국의 수도로,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습니다. '검은 자갈밭'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는 칭기즈칸의 아들 우구데이가 1235년에 건설했습니다. 초원 한가운데 세워진 이 도시는 몽골 제국의 번영을 상징했습니다.
카라코룸은 단순한 유목민의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국제도시였습니다. 성벽 안팎에는 몽골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페르시아인, 위구르인 등 다양한 민족이 살았어요. 종교도 다양했습니다. 불교 사원 12개, 이슬람 사원 2개, 기독교 교회 1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공존했다는 점에서 카라코룸은 몽골 제국의 개방적이고 다원적인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도시 곳곳에는 시장이 있어 활발한 무역이 이뤄졌습니다. 동쪽에서는 곡식을, 서쪽에서는 염소를, 남쪽에서는 소와 마차를, 북쪽에서는 말을 팔았다고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상인들이 이곳에서 만나 거래를 했죠. 카라코룸은 유라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중요한 거점이었던 겁니다.

 

2. 우구데이의 꿈, 만안궁

카라코룸의 중심에는 우구데이가 지은 궁전이 있었습니다. 중국 기록에는 '만안궁'이라고 나오지만, 몽골인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렀을 겁니다. 이 궁전은 놀랍게도 1년 만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북중국에서 데려온 기술자들이 밤낮없이 일한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우구데이를 비롯한 몽골의 지도자들이 이 궁전에서 항상 살진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은 여전히 유목민의 전통을 따라 초원의 게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궁전은 주로 중요한 행사나 외국 사신을 맞이할 때 사용됐어요. 이는 몽골 제국이 거대해졌지만, 여전히 유목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흥미로운 점입니다.

 

3. 제국의 심장, 마리브 댐

카라코룸의 번영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비결은 바로 마리브 댐이었습니다. 바로 이 댐 덕분이었습니다. 마리브 댐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댐으로, 계절성 폭우를 저장해 연중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했습니다.
이 댐은 몽골인들의 뛰어난 공학 기술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길이가 약 600미터, 높이가 약 1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댐이 2000년 이상이나 사용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몽골인들이 단순히 정복만 잘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명을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리브 댐 덕분에 카라코룸 주변은 풍요로운 오아시스가 됐습니다. 농업이 가능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카라코룸은 단순한 유목민의 도시가 아닌,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4. 카라코룸의 쇠락과 잊힘

하지만 카라코룸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쿠빌라이 칸이 수도를 지금의 베이징 근처로 옮기면서 카라코룸은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원나라가 존속하는 동안에는 그나마 도시로서의 모습을 유지했지만, 14세기 후반 원나라가 무너지면서 카라코룸도 서서히 폐허로 변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카라코룸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습니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던 도시가 사막의 모래에 묻혀 사라진 거죠.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학자들이 이 지역을 조사하면서 카라코룸의 위치가 다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도시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지금 카라코룸이 있던 자리에는 에르덴 조 사원이 서 있습니다. 16세기말에 지어진 이 사원은 카라코룸의 돌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고 해요.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곳에 불교 사원이 세워진 셈입니다. 이는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입니다.

 

5. 현대의 카라코룸

오늘날 카라코룸은 고고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중요한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200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죠. '오르콘 계곡 문화 경관'의 일부로 등재된 카라코룸은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카라코룸 박물관에 가면 옛 도시의 모습을 재현한 모형을 볼 수 있어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그 안의 궁전과 시장, 다양한 종교 시설들... 이를 통해 우리는 한때 이곳이 얼마나 번화하고 국제적인 도시였는지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발굴 작업을 통해 나온 유물들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수입된 도자기들이 많이 발견됐는데, 이는 당시 카라코룸이 얼마나 넓은 무역망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또 카라코룸에서 만들어진 기와와 건축 자재들도 발견됐습니다. 이를 통해 유목민이었던 몽골인들이 어떻게 정착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카라코룸은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역사와 문화유산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제국의 흥망성쇠, 문화의 교류와 융합, 그리고 인간의 꿈과 야망 것들이 카라코룸이라는 도시에 담겨 있는 거죠.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다가 사라진 이 도시는, 어쩌면 모든 문명의 운명을 보여주는 거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약>

 

카라코룸은 13세기 몽골 제국의 수도로, 세계 각지의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는 국제도시였습니다. 우구데이가 세운 만안궁과 마리브 댐은 도시의 번영을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수도 이전과 원나라의 몰락으로 카라코룸은 쇠퇴하고 잊혔습니다. 오늘날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카라코룸의 흥망성쇠는 모든 문명의 운명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요. 이 잊힌 도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흐름과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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